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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하는 일이 아니라, 익숙했던 삶의 궤도를 잠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가끔은 계획된 여정보다 문득, 불쑥,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기곤 한다. 목적지가 어디냐보다 지금 내가 머물던 자리를 떠나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내일의 성공을 위해 바쁘게 이동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의 오늘을 위해 떠나온 도쿄에서의 하루가 흥겹게 휘청거린다.
도쿄에서 보내는 시간은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마음이 동해 흥얼거리며 웃다가, 문득 찾아오는 벅찬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곳에 도착한 첫날부터 내내 이국적인 풍경과 다정한 분위기에 푹 취해 지내고 있다. 역시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메말랐던 감성이 다시 깨어나는 즐거움이다. 세상 그 어떤 맛보다 달콤한, 진짜 여행의 맛을 온몸으로 누리는 중이다.
이번 여행은 윤서와 민재라는 소중한 두 친구가 함께여서 외로울 틈이 없다. 오랫동안 책 속에 갇혀 지내던 시간에서 벗어나 마침내 진짜 세상의 재미에 눈을 뜨고 아이처럼 신나 하는 윤서와, 그 곁에서 다정하게 발을 맞춰주는 민재의 존재는 그 자체로 기적 같다. 아주 당연한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이제야 알았노라며 환하게 웃는 두 친구의 모습이 참 예쁘다. 지루한 일상의 굴레에서 잠시 뛰어나와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 신나는 이 감정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흐려질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반짝이던 오늘의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귀하게 소중하게 배움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어디에라도 메모해 두려는 절박하고 다정한 손길들이 이어졌다. 잊기 아쉬울 만큼 귀한 추억이 생긴다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가. 도쿄에서 우리 세 사람의 운이 제대로 터진 셈이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서로의 인생 노트를 채워가는 경이로운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따스한 연대감이 싹텄다.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감정들이 조각 맞추듯 하나로 꿰어지는 순간은 짜릿할 만큼 신선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맞춰 우리를 이곳으로 이끈 여행의 묘미가 오사카에서 절정에 달했다.
오전에는 숙소에 도란도란 앉아 여행이 주는 여유를 만끽했다. 마음에 생기가 가득 차오르니 자동으로 문을 역고 밖으로 나갈 에너지가 생겼다. 발길 닿는 대로 동네 구경도 하고, 이끌리는 식당에 들어가고, 한가로이 산책을 이어갔다. 마음의 여유가 데리고 다니는 산책길에는 고요함과 잔잔한 신남이 가득했다. 무얼 해도 그저 좋았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정겨운 수수하고 정겨운 식당의 정취도 맛보았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주방에서 즐겁게 말아주시는 따끈한 우동을 먹으며 소박한 분위기에 취했다. 골목길을 걸으며 담벼락 아래 텃밭에서 싱그럽게 자라는 양배추와 키 작은 벼, 초록 잎 사이로 노랗게 익어가는 귤나무도 만났다. 계절을 잊은 듯 푸르게 자라나는 채소들이 골목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다카하우스'라는 아기자기한 가게에 들러 구경하다가, 요즘 우리 사이에서 따뜻한 위로의 의미로 통하는 화두를 꼭 닮은 예쁜 화분을 발견하고 기쁘게 구매했다. 그 화분은 마치 오랜 시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저녁에는 마트를 방문하여 즐비하게 늘어선 간식들 속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식사 메뉴를 손수 고르는 소소한 재미도 갖어보았다.
일본어로 가득한 제품들과 오직 일본어만으로 외국인 손님을 맞이하는 뚝심 있는 주인들을 보며 유쾌하게 웃었다. 외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작은 오해들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내 여행이라는 무대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소중한 인연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도쿄의 밤이 깊어간다.
내일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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