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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OG

내 마음의 편지 - 엄마의 딸로 살았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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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로 살았던 선물

어린 마음에 언쟁이 잦았던 부모사이에서 불안했고 그러다보니 엄마라는 사람과 아버지라는 사람 사이에서 평화를 이루겠다고 했던 행동들이 있었습니다. 엄마를 위해주는 딸이 있다는 걸 위로삼아서라도 아버지에게 화나지않게 해보려고 어른들이 보기에 기특하다할 행동들을 했습니다. 쌀을 씻어 밥을 하기도 하고 청소를 하기도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 집에서 뭔가 맛있는 간식을 먹을때는 몰래 남겼다가 엄마에게 가져다 주기도 하고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있다가 무엇을 원하는건지를 파악해서 그걸 해주겠다고 애썼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원하는 거였는데 그걸 모르는 어린 딸은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인줄알고 나섰다가 아버지를 난처하게도 했었습니다. 늘상 잔소리가 많은 엄마를 보면서 말없는 아버지는 피해자인줄알고 
아버지를 좋은 사람이라 여겨 아버지를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서조차도 아버지를 따로 챙겨주는 딸노릇하다가 엄마에게 밉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부부의 세계를 모르니 목소리 큰 엄마가 나쁜 사람이라고만 단정짓고 아버지를 지지했던 딸이었습니다.

엄마의 딸로 살면서 그저 엄마의 불만들을 채워주어서 부모가 싸우지않기만을 바랬습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남편과 사는 아내의 자리는 얼마나 불편한건지 어떤 책임을 감당하며 고생했어야하는지를 알게 된건 나이 50이 넘어서였습니다. 엄마의 고생들에 마음깊이 미안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성깔부리는 아버지의 수발까지 감당하며 찐하게 고생하신 엄마 그리고 애지중지 마음을 쏟으며 기대가 컸던 아들에게 상처받으면서도 포기한적이 없었던 아들사랑도 압니다. 엄마의 인생에서 남편무능력은 실망의 극치를 달린만큼 아들에게 기대는 마음도 컸고 아무리 짐을 지우는 아들이라도 그 짐을 끌어안고 아플지라도 미워해본적없는 엄마의 아들인걸 압니다.

 

엄마에게 그 아들은 모든 것이었어서 그 아들이 해준 따뜻한 말 한마디도 그렇게나 기쁘시고 작은 떡 한조각도 그리 행복하셨습니다. 아들을 너무 이뻐하다보니 아들에게 서운할때는 아들의 아들과 비교까지 해가면서 아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신 엄마인걸 압니다. 엄마에게 가족은 오직 그 아들뿐이었다는 걸 이젠 압니다. 엄마가 아들 때문에 속상할때면 수시로 전화해서 하소연하고 아버지와 관계에서도 불편하시면 전화해서 해결하라고 하시고 집안의 문제마다 딸에게 연락을 하시니 딸은 엄마의 처지가 마음아팠고 그래서 엄마를 보호해주는 엄마인 듯이 굴다가 엄마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했습니다.

 

불쌍한 엄마의 인생을 아는만큼 엄마가 노후에라도 웃으며 살기를 바라다보니 엄마를 가슴에 품고 살며 엄마의 위안부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맛있는 걸 봐도 엄마가 떠오르고 이쁜 걸 봐도 엄마가 떠오르고 엄마가 뭐라도 필요하다하시면 빚을 내서라도 다 해주고 싶은 마음에 애가 닳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보호자인 듯이 굴며 엄마가 약자인 듯이 엄마가 피해자인 듯이 착각하던 딸의 망상을 엄마가 서서히 깨뜨려주셨습니다. 

엄마는 약자가 아닌 것을 인정합니다.
엄마는 피해자가 아닌 것을 인정합니다.
엄마의 한결같은 아들사랑도 인정합니다. 
엄마에게는 아들이 목숨인것도 인정합니다.
그리고 엄마의 방식대로 엄마가 원하는대로 사시는 모든 것을 존중합니다.
딸이 엄마곁에서 엄마를 보호한답시고 했던 모든 애씀들이 참새가 짹짹거리는 잠깐 듣기에 기분좋은 새소리였다는 것도 이젠 압니다. 그리고 존중합니다.


엄마에게 아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알아듣는데에 참으로 오래걸려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젠 엄마의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존중할줄알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엄마의 아들사랑이 아름답게 꽃피기를 응원합니다.
엄마의 아들이 엄마의 마음과 통해서 함께 빛나기를 응원합니다.

이제 참새 딸 역할을 졸업하며 엄마라는 분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어리석음도 졸업합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딸에게 주신 선물은 <얘야, 엄마를 위한답시고 엄마가 불쌍하다고 엄마를 품에 안고 딸로서 아프지 말거라. 여자인생은 너무 아프고 너무 외롭고 너무 고생이 깊다는 걸 너도 곁에서 봤으니까 넌 여자이지 말아라. 넌 빛이니 빛으로서 빛나야 한다.>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어릴때부터 부모의 화친을 위해 애썼던 기억들과 나이 60이 되어서까지도 여전히 엄마의 기쁨으로만 되려고 애썼던 세월들을 통해 귀한 배움을 얻었으니 감사합니다. 이젠 엄마가 사라지고 아름답게 빛나는 친구를 얻었습니다. 엄마, 수고하셨습니다. 엄마로 살면서 수고많으셨습니다. 엄마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엄마의 마음깊은 곳에 엄마의 사랑이자 보약인 아들 얼굴을 보면서 감사함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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