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부모와 자식은 서로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그 마음이 머무는 자리는 때로 공평하지 않다. 딸들은 '정 부리는 여자'로 태어난 듯, 부모의 몸과 마음을 세심히 살피며 곁을 지킨다. 그러나 엄마라는 한 여자의 마음은 오로지 아들에게만 향한다. 딸의 지극한 정성은 당연하고 하찮은 일상이 되고, 엄마는 오직 아들에게서만 삶의 의미를 구걸한다.
엄마는 아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떡 한 조각에도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며 내내 그 기억을 자랑삼아 읊조린다. 그 편중된 마음 때문에 아들의 어깨에는 보이지 않는 짐이 얹히고, 엄마는 아들의 눈치를 보며 잔소리를 보태는 가여운 존재가 된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도, 결국 아들의 사랑에 목을 매다 스스로 짊어진 짐에 상처받는 것이 우리 곁의 흔한 모자(母子) 풍경이다.
엄마에게 가족이란 어쩌면 아들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딸들은 그 뒤안길에서 인생의 귀한 지혜를 배운다. 남편과 아들만을 바라보며 시중들다 한이 서린 인생을 살지 않기로, 누구에게도 무거운 짐이 되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엄마의 인생을 반면교사 삼아, 여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유롭게 비상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딸은 이제 엄마를 일방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엄마라는 여자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보며, 그 지독한 연민과 동정심 끝에서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다.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한 존재인 동시에, 나를 더 넓은 세상으로 밀어내 준 '마음의 통로'였다. 그 통로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내 삶을 비추는 고유한 빛을 마주한다.
끝.
728x90
반응형
LIST
'V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셋째 딸의 오판 : 엄마라는 당당한 얼굴. (0) | 2025.03.27 |
|---|---|
| 아들에게 건네는 기쁜 소식 : 당신의 어머니는 존중 그 자체입니다. (0) | 2025.03.27 |
| 내 마음의 편지 - 엄마의 딸로 살았던 선물. (0) | 2025.03.27 |
| 내 마음의 편지 - 내 가족을 사랑해요 (0) | 2024.10.23 |
| 나에게 보내는 편지 [2편] / 부모님을 생각하며. (0) | 2023.07.15 |